안녕하세요.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2018년 7월, 저는 논산 육군훈련소로 4주간 군사교육소집훈련에 다녀왔습니다.
전문연구요원 편입이 된 지 1년 4개월이 지난 후였네요.
훈련소에 있을 땐 나오자마자 후기부터 적을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미루고 미루다보니 어느덧 5개월이 지나 해를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틈틈이 적어둔 일기가 있으니 다행이군요. (사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맘놓고 미룬 거겠죠?)
이렇게 열심히 일기를 쓴 적이 지금까지 있었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이번 글에서는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기 전,
당시 많은 분들의 후기를 참고하여 직접 준비했던 것들을 나열해 보고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적어보겠습니다.
* 연대/중대/시기별로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1. 무릎/팔꿈치 보호대
각개전투에서 이게 없으면 피부가 까진다고 합니다.
2. 실과 바늘
훈련소에서는 활동복, 전투복에 임시 이름표를 직접 실과 바늘로 매달아놓는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실과 바늘은 나누어주니, 챙겨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3. 레모나
가끔 입이 심심할 때 한번씩 먹어주면 좋습니다.
분대원들에게 가끔씩 돌리면 약간의 호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4. 반창고 / 듀오덤
다칠 일이 그리 많다고 여겨지진 않지만, 그래도 있으면 아무래도 편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의 경우, 기록사격 중 총을 걸어두는 안전고리를 잘못 다루다가 손가락을 베고 말았는데
교장 나갈 때 반창고까지 챙겨갈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준비한 게 소용이 없었습니다..ㅋㅋ
(이럴 땐 적극적으로 분대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5. 핸드크림
평소에 바르던 분은 가져가면 좋습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딱히 필요 없습니다.
6. 선크림
매우 중요합니다. 큰 것일수록 좋을 겁니다.
야외활동이 매우 많기 때문에 피부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7월의 논산은 정말 엄청나게 뜨거워서, 중식이나 석식을 먹으러 집합할 때조차도 선크림을 바르고 나가야 하더라구요.
그리고 꼭 7월이 아니더라도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7. 시계
과장보태.. 하루에 시계를 한 100번은 본 것 같습니다.
8. 지퍼백
저는 10장 정도를 가져갔는데, 그리 많이 쓰진 않았던 것 같아요.
돌아올 때 편지같은 것들 담기엔 편했습니다.
9. 쉐프장갑
저는 총기손질할 때 강중유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가지고 갔는데,
정작 분리수거할 때 썼던 것 같네요...
위 두 경우에 모두 유용할 것 같습니다.
10. 귀마개
잠에 관해서 걱정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면 갖고가는 것이 좋습니다.
10명이 넘는 인원이 한 공간에서 함께 자는데... 고요할 리가 없습니다.
사격할 때 나누어주긴 합니다만, 사격을 첫날부터 하지는 않으니까요.
11. 클렌징 티슈
씻고싶은데 세면실에 가긴 곤란할 때 이걸로라도 일단 닦으면 좋습니다.
아무래도 더러워진 상태를 방치할 경우 병이 생기기 쉽겠죠.
(정말 질병에 취약한 곳입니다. 7월 한여름에도 분대원들 대부분이 병에 걸렸습니다.)
12. 폼클렌징 / 샴푸
폼클렌징과 샴푸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한여름이라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샤워를 엄청 많이 시켰는데,
샤워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샤워를 한 탓에
열흘만에 폼클렌징과 샴푸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많이 가져가면 저와 같은 불쌍한 전우에게 선행을 베풀 수도 있을 겁니다.
13. 치약칫솔
아마 저희 중대처럼 다 나눠줄 텐데, 그래도 저는 가져간 것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 주에 치약 다 떨어진 분대원에게 선행을 베풀 기회가 생기기도 했고요.
14. 위장크림
원래는 나눠주는데, 사제 위장크림이 품질 및 피부건강 면에서 더 좋을 듯합니다.
저는 이니스프리에서 파는 것을 가져갔습니다.
지급받은 위장크림이 미덥지 못한 분대원들에게 선행을 베풀면 좋습니다.
15. 펜 / 네임펜
펜은 나눠주지만 혹시나 곧 고장날 수도 있고 하니 가져가서 나쁠 것 없습니다.
네임펜도 여기저기 쓸 데가 있는 편이라 있으면 편합니다.
16. 풀
우표나 편지봉투 붙일 때 필요합니다.
17. 우표 / 편지지 / 편지봉투 / 지인들 주소
저희는 편지를 보내면 일주일을 훨씬 넘겨야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훈련소로 오는 건 한 2~3일만에 온 것 같은데..ㅠㅠ
따라서 편지를 빠르게 보내기 위해 우표가 필요한데요.
사실.. 우표를 붙인다고 해서 그렇게 유의미하게 빨리 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일 듯 하니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편지지나 편지봉투는 아마 나눠주기는 할 겁니다만, 그리 예쁜 편이 아닙니다.
18. 물통
관물대에 개인용 물통을 넣어두고 그것만 사용한다면 편할 순 있습니다.
컵이 다 떨어졌거나 컵세척 중일 경우에도 물을 마실 수 있고요.
마신다 페트병은 보이는 족족 버리라고 하기 때문에..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냄새나지 않게, 위생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19. 고무링
다 나눠줍니다.
20. 책 / 논문(?)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할 때, 진짜 시간이 아득하게 안 갈 때가 많습니다.
읽을거리를 준비해 가면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분대원들의 관심을 받고 싶다면 논문을 가져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21. 수첩 / 노트
노트는 저에게는 활용도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일기, 오목, 빙고, 등등....
22. 현금
저희는 다 뺏겼고, 뺏긴 현금은 나라사랑카드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므로 퇴소 시에 쓰기 위한 용도로 지참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23. 신분증
입소할 때 이거 없으면 따로 불려가서 뭘 적어야 합니다.
나라사랑카드 발급 관련해서도 필요하고.. 많이 필요합니다.
24. 나라사랑카드
신분증과 달리 나라사랑카드는 필수는 아니었습니다.
25. 용각산
11번에서 언급한 대로, 그냥 계절을 막론하고 질병이 창궐합니다.
기침도 정말 많이 하는데 그럴 때 용각산이 절실해집니다.
선행용으로도 적절하니 많이 챙겨가도 나쁠 것 없습니다.
26. 포카리스웨트 분말
가방검사할때 잘 숨겨만 둔다면, 남들 물 마실때 이온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됩니다.
27. 큰 가방
가방은 클 수록 좋습니다. 입소할 때가 아니라 퇴소할 때 중요합니다.
퇴소할 때는 가지고 왔던 짐들에 각종 보급품들이 더해집니다.
28. 세면가방
저희는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크기로 다 나눠주었습니다.
세면가방이 없으면 세면용품을 낱개로 다 들고다녀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할 텐데,
저희말고도 원래 다 나눠주는건지를 잘 모르겠네요.
29. 휴대폰
안 가져갈 이유가 없습니다.
운이 좋으면 입소날 본인의 소속을 파악하고 나서 카톡 프로필에 적어놓을 기회도 생깁니다.
제 폰은 반납할 때 배터리 잔량이 60프로대였는데, 28일 후 받아서 켜보니 50프로대여서 깜짝 놀랐었네요.
저뿐만 아니라 주위 다른 사람들도 배터리가 거의 방전되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놀라더라고요..ㅎㅎ
30. 짧은 머리
저는 입소 전전날 전체 9mm로 밀고 갔는데,
저보다 훨씬 긴 분들도 퇴소날까지 안 잘렸습니다.
확실한 점은, 9mm는 정말로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31. 회사/연구실에 미리미리 말해놓기
미리 말해놔야 회사/연구실측에서도 본인의 공백에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32. 편지구걸
편지는 훈련소 생활의 가장 큰 낙입니다.
손편지/인터넷편지를 읽을 때만큼 재밌는 순간이 별로 없습니다..
주위에 훈련소 가는 지인이 있을 때 꼭 잊지않고 써 준다면
본인이 훈련소에 있을 때 그 지인에게 편지가 올 확률이 대폭 늘어날 겁니다.
33. 적절한 운동
전문연구요원들에게 부여되는 훈련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운동을 아예 안 하고 가면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한다면, 조금이라도 체력을 좀 쌓아놓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처음 글 쓸 때는 짧을까봐 걱정했는데, 이것저것 다 넣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네요.
다음 글부터는 제가 경험한 것 위주로 훈련소 생활에 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